[봄날 밤의 탱고 향기] 리차드 갈리아노 셉텟 공연

앵콜 연주에서 갈리아노의 신들린 기교에는 정말 온몸이 전율을 했습니다. :) 자칫 기술에만 몰입하고 문화적으로 메마르기 쉬운 저희 개발자들에게 에이콘은 문화적인 풍성함도 제공해주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전문성이 반, 감성이 반인 일이니,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윗글은 모모 필자님의 공연 후기입니다.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글을 올려 주인공께서 사뭇 난감하시겠지만, 글을 참 잘 쓰셔서 그날의 분위기를 전해보고자 몇 구절 도용을 좀 했습니다. ;) 지난 주말 에이콘의 작은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잠깐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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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밤 강남의 엘지 아트센터에서는 누에보 탱고의 대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애조띤 음악과 재즈의 열정을 고스란히 되살린 뜨거운 무대가 열렸습니다. 프랑스 아코디언, 반도네온 연주자 리차드 갈리아노가 세 대의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 피아노, 아코디언으로 구성한 셉텟을 이끌고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곡으로 꾸민 <Piazzolla Forever>라는 첫 내한 공연을 열었거든요.

피아졸라는 애수와 슬픔을 간직한 탱고라는 아르헨티나의 무곡에 클래식의 색깔을 덧입히고 때로는 일렉트릭 사운드와 결합하여 제대로 듣고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의 경지로 끌어올린 누에보 탱고의 대가입니다. 빼곡이 채운 악보를 지켜 연주하면서도 자유를 지향하는 피아졸라의 탱고는 순결한 클래식도 아닌 화려한 무곡도 아닌 슬픔에 정열을 담은 힘이 넘치는 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습니다. Piazzolla - In Portrait라는 디비디에 담긴 Tango Maestro 다큐멘터리와 Tango Nuevo 공연 장면을 보면 탱고라는 음악이 얼마나 힘이 넘치고 아름다운 건지 "위대한 천재 음악가"의 일생이 어떠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피아졸라가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아르헨티나의 정서를 담은 탱고는 퍼커션과 드럼 위주의 브라질 음악과는 달리, 듣는 이로 하여금 "참 슬프다"는 느낌을 주는 음악입니다. 3,3,2 박자의 숨결과 맥박(Breath and Pulse)을 고스란히 담아낸 리듬과 애조띤 선율은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서늘하게도 창백하게도 만듭니다. 탱고의 가장 주된 악기라 할 수 있는 반도네온 또한 1800년대 후반 배를 타고 이곳저곳을 항해해야 했던 선원들이 만든 것이기에 그 악기가 자아내는 음악엔 "향수와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유난히 우리나라에서 "Oblivion"이라는 음악이 가장 사랑을 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랑스계 아코디언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재즈 뮤지션인 리차드 갈리아노('리샤르'라고 발음하더군요) 피아졸라의 대표곡들을 재즈로 변주해 아름답고도 처연하고 때로는 신명나게 연주해냈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담은 "Adios Nonino", 상어 사냥의 묘미를 담은 신나고 발랄한 "Escualo", 2부를 연 애조띤 가락이 가슴을 울리는 대표곡 "Milonga Del Angel" 등 그야말로 명곡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특히 바이올린과 듀엣으로 재즈틱하게 편곡해 연주한 "Libertango"는 청중의 우레같은 박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날 공연 모습은 아니지만 잠시 감상해보세요.

커튼콜로 연주한 "Oblivion"은 본 공연 내내 이곡을 기다렸을 관객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이날 같이 간 분들 중에도 몇번이나 기립박수로 환호하거나 눈시울을 훔쳤던 분들이 있었을 정도로 정말 감동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입으로 부는 아코디언(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습니다.-0-)으로 연주한 "Oblivion"이나 갈리아노의 자작곡 "Tango Pour Claude"는 청중들의 우레같은 박수를 얻어냈죠. (사실 마지막 곡 제목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살아있는 음악대백과사전 우리 에이콘 사장님"께서 알려주셨네요. 사장님 덕분에 늘 한 수 배웁니다. 완소 사장님! --b ) 갈리아노의 음반을 거의 대부분 소장하고 계신 우리 대장님도 말씀하신 것이지만 실상 피아졸라의 New Tango라는 게 쉬운 음악이 아니었기에 대중들이 알고 있는 La Cumparsita나 Por Una Cabeza같은 곡도 기획해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첫 내한공연에 대한 서비스~ 차원으로 말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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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함께한 여러분의 모습입니다.

연주 후 싸인을 해주고 있는 갈리아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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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Gallery|5546274991.jpg||9545109400.jpg||7473188108.jpg||4396281748.jpg||4187228198.jpg||1828010655.jpg||9815912656.jpg||4766024290.jpg||6429087518.jpg||1648564610.jpg||width="440" height="300"_##]공연 후 저녁식사와 커피 한잔을 마셨더랬습니다. 여러분의 표정이 참 다양하죠. :)

사실 이 날 공연은 음악을 즐기는 멋쟁이 대장님이 마련하신 조그만 에이콘 음악의 밤 행사였습니다. 너무 좋은 공연을 보고나서 모두들 물밀듯 밀려온 감동에 설레는 마음을 봄밤 하늘로 멀리 날려보내려다가 흥겨운 뒷풀이 자리에서 고스란히 마음에 곱게 담아 돌아가셨을 줄로 믿습니다.

음악 이야기를 쓰면서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들려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글로 풀자니 많이 아쉽네요. 자, 다음 에이콘 이벤트에는 장소나 준비 관계로 미처 이날 못 모신 분들 위주로 구성을 해보려고 하니 기대해 주세요. :)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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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승규| Apr 18, 2007

    아니..글이 조금전에 올라왔네요...이시간에 뭐하삼? 공연이 멋있었습니다. 사실 눈감고 들었으면 바이올린은 좌측에서 피아노는 우측에서 들린다는 사실을 아셨을까? 전 잠깐 조느라고 눈 감았습니다..ㅋㅋ.. 뒤풀이도 좋았고...케익도 너무 맛있었습니다.. 탱큐...베리마치....

  • 에이콘| Apr 19, 2007

    안승규책임님. 잠시 묵상을 하셨군요! 그래서 제대로 된 공연 기획이 필요했다니까..
    전 아리따운 터프걸 마나님이 더 인상깊었습니다! 하늘이라고 불리우실만하더군요~. ^^ - bliss

  • 오랜친구| Apr 19, 2007

    분위기가 어떠했을 지 조금은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배가 슬~ 아파오는데요. ^^

  • Blue Sky| Apr 19, 2007

    그  날 같이 참석하고 싶었지만, 집안일로 참석을 못해 아쉽습니다. 이런 후기를 남겨 주셔서 공연에 대한 내용과 그 때 분위기를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싱갈에서 Blue Sky

  • 에이콘| Apr 20, 2007

    Blue Sky님, 갑작스런 출장이셨는데 싱가폴에 잘 도착하셨나봅니다. 업무 보느라 많이 바쁘실 텐데 이렇게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는 꼭 즐거운 시간 함께 보내면 좋겠습니다. 일 잘 마치고 돌아오세요. 또 뵙겠습니다. ^^ -bliss

  • wookay| Apr 20, 2007

    앗. 저두 보고 왔습니다.
    진짜 눈물나게 좋았어요.
    감동.

  • 에이콘| Apr 20, 2007

    오랜친구님도 언젠간 함께 할 날이 있을 터이니.. ^^;
    wookay님, 보러가셨군요! 마주쳤을 법도 한데, 인사 못 나눠 아쉽네요.

  • jrogue| Apr 20, 2007

    이번 공연 최고(!)였습니다. :)

    - jrogue

  • 지영| Apr 21, 2007

    jrogue님, 자리배정이 특히 좋았던 것 같아요. ^^

  • 호랭이| Apr 21, 2007

    얼렐레... 나만 없다. =_=;
    완소 사장님. 완소 에이콘.
    파이팅! ㅎㅎ

  • bliss| Apr 21, 2007

    호랭이님, 저기 맨 아래 여덟번째 사진에 이뿐 마눌님 껴안고 있는 건 누구라요?

  • 호랭이| Apr 22, 2007

    어라 있네! ㅋㅋㅋ
    그놈 얼굴 동글동글하니 잘~ 나와땁!

  • jrogue| Apr 23, 2007

    // 지영님 자리배정하신 분께 맥주 한 잔 사드리려고 했는데...  --> 아직도 못찾았어요.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