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기술,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까?

지난 한 주 내내 간만에 화창하게 맑더니만 오늘 또 비가 오네요. 이번 여름 휴가를 다녀 온 분들은 찌푸린 하늘, 쏟아지는 비 속에서 유영하다 오셨다는 분들 많던데요. 조증과 울증을 신경질적으로 반복하며 비와 햇살을 쏟아내는 변화무쌍한 여름이었죠. 하지만 한편, 어디를 굳이 떠나 있지 않아도 마치 어디 아열대 지역에 휴가를 온 듯한 기분을 자아내주어 나름대로는 이국적이기도 하던데요. ;)

에이콘의 신간을 고대하던 독자들에게는 지난 8월이 꽤 지루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몇 권의 신간을 동시 준비하고 있던 저희들이었지만 뭔가 좀더 완성된 모습을 준비해 독자들께 인사를 올려야 할 듯하여 하루하루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답답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자, 에이콘 가족들이 뜨겁게 사랑하는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에너지 팍팍 넘치는 9월에는 에이콘의 "사랑스러운" 신간들이 마구 쏟아져 나올 테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9월 둘째 주에 출간예정인,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The Change Function: Why Some Technologies Take Off and Others Crash and Burn』으로 자문용역 회사인 코번 벤처(Coburn Ventures)를 운영하고 기술 투자 및 변화에 관한 보고서를 쏟아내는 핍 코번(Pip Coburn)이라는 저자가 지은 정보기술 마케팅 서적입니다.

이 책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은 "Build it, and they will come"이라는 말입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말을 들으면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꿈의 구장'이 떠오릅니다. 아련한 꿈속에서 들리던 주인공 아버지의 목소리였던가요? "만들면, 그들이 올 것이다." 결국 주인공은 너른 들판에 야구장을 만들고 하나둘 그들은 찾아오게 되죠... 하지만 이 책에서 논하는 이야기는, "저지르면 된다" "일단 좋은 제품을 만들면, 쓸사람은 생긴다"...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는 겁니다.

며칠 전 LG 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단순하고 대중적인 취향을 지닌 슬로 어답터 소비가 부상중"이라는 분석자료에 나온 이야기와도 일맥 상통하지만 기업이 자신의 기술적 우위를 과시하기 위한 신제품을 개발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보다는 소비자와 고객의 변화 욕구를 감지하고 심리를 읽어내는 과정을  적극 도입하여 판매 뿐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도 소비자 중심 태도로 전환해야 성공하는 기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희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독자분들이라면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로브의 법칙이나 무어의 법칙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논의되던, 공급자 중심 관점으로 기술의 우위를 논했던 기존의 발상과 사고를 뒤집자는 이야기를 합니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이나 기술을 채택하는 데 있어서 두 가지 요인이 좌우한다는 "변화 함수(Change Function)" 이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즉 "제품이 출시되며 사용자가 느끼게 되는 위기감"과 "사용자가 제품을 선택함에 있어서 따라오는 고통"과의 함수관계에 따라 신기술과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의 생존 여부를 가름한다는 이론입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습지만 저의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 필자분들이 들고 다니는 간지가 좔좔 흐르는 맥북을 볼 때마다 제 위기감은 급등합니다. 구매욕을 마구 흔드는 위기감은 날마다 사무실을 찾는 역자분이나 필자분들이 있기에 구매욕을 마음에 가득 채우는 위기감은 날마다 잦아 드는 날이 없습니다.

하지만 고통도 함께 따라옵니다. 사무실에서 붙박이로 일하기도 하거니와 간혹 집에 가서 일을 해야 한다면 원고뭉치와 씨름해야 하는 제게는 그닥 필요없는 맥북은 가격에 대한 고통과 압박을 상기시켜줍니다. 사실 어찌보면 큰 돈이기도 어찌보면 작은 돈이기도 하지만 잔돈푼 지름에는 능숙하지만 어느 일정 단위이상의 금액에는 손을 벌벌 또는 완(전)소(심)인간인지라 여기서 제동이 한번 걸립니다. 또한 윈도우만 십수년을 써온 제가 과연 맥OS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쓸모나 활용도에 대한 시덥잖은 두려움과 고통도 함께 엄습하죠. 그래서 저는 아직도 맥북에 침만 흘리고 있을 뿐 손에 쥐고 있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 때 위기감이 높고 고통이 적은 분들은 이미 덥썩 맥북을 손에 쥐고 쓰고 계신 분들일 겁니다. 저와 같은 페르소나가 대부분의 대중이라면 상황이 어떨까요? 그렇지 않은 고객에 대한 틈새 전략을 펼 수도 있겠고, 좀더 적극적으로 제품개발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도 있겠죠.

대중은 다양합니다. 위기감이 늘 임계치를 넘는 얼리 어답터들도 있고, 신제품에는 전혀 관심없는 위기감 제로의 부류, 날마다 쌓여가는 통장 잔고를 보며 기뻐하는 알뜰족으로서 고통에 대한 거부감이 큰 부류, 또한 신기능이 필요치 않은 제품에 복잡한 기능을 잔뜩 실어주어 사용자의 고통을 잔뜩 올려놓고 만족해하는 제품 개발자들. 이런 복잡다단, 변화무쌍한 고객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제는 소비자 중심 태도로변화하자는 이야기에 한번 귀를 기울여 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지난 2007년 2월호 이코노미스트에도 요약본 기사가 실린 적이 있습니다. 변화함수를 "변화 기능"으로 오역을 한 것도 눈에 뜨입니다만, 대체적으로 책의 내용을 잘 함축해놓았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고 여러분이 지금 개발중이거나 운영중인 서비스나 제품에 적용해보셔도 재미있을 겁니다.

뭔가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로봇 팔로 색다른 이미지를 풍기고 있는 원서는 한국어판에서는 새단장을 하게 됩니다. 지금 『게임회사 이야기』의 저자 이수인님께서 표지 그림을 마무리하고 계십니다. 멋진 언니! ^^ 잘 마무리해서 근사한 제목에 멋진 표지 그림 달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다음에는 한국에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또 들려드릴게요. We'll be back!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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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버즈| Sep 01, 2007

    오... 표지 완전 기대됩니다. ㅋㅋ

  • 미친병아리| Sep 01, 2007

    아주 재미난 관점의 책이군요.. 읽어보고 싶습니다.. ^^

  • anonymous| Sep 01, 2007

    Applications = Code + Markup 이 아직까지 안 나오다니 ㄷㄷㄷ..

  • 에이콘| Sep 02, 2007

    프리버즈님, 미친 병아리님, 고맙습니다.
    기대, 기대... 에 부응해야 할 텐데요~ ^^

  • 에이콘| Sep 02, 2007

    Applications = Code + Markup은 『찰스 페졸드의 WPF』(부제: C#과 XAML을 이용한 .NET 3.0 윈도우 프로그래밍)라는 제목으로 9월 20일 경 출간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

  • 김형준| Sep 06, 2007

    이런 주제의 책도 있네요... 역시 이런 다양성 때문에 미국이 강대국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출판되면 바로 사보고 싶은 책이네요.

  • 에이콘| Sep 07, 2007

    김형준책임님. 안녕하세요~ 오늘 예약판매 개시합니다. 많이 소문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