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WARS EPISODE I, 영어의 습격 [이매진컵 뒷이야기]

이번 이야기는 지난 8월에 열린 이매진컵 2007의 뒷 이야기입니다. 가끔 만들게 될 IT WARS는 어느 특정 사례를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저 자신과 한국 IT인들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데 있음을 먼저 알려 드립니다.

오래 전 멀고 먼 대한민국 IT계에...

아 이 티 워 즈
에피소드 I
영어의 습격

대한민국 개발자들이 불안에 빠져있다.
67억 인구를 상대로 세계 무대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대한민국 개발자들의 앞에 상상 이상의 적이 나타난 것이다.
바로 어셈블리어 보다 어렵고 디버깅보다 하기 싫다는 영어 공부.
언어적 고립이라는 문제에 봉착한 대한민국 개발자들을
세계 무대로 이끌기에는
극소수 제다이 개발자들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지구 학생 연합 IT 대축제인
'이매진컵 2007'이 열리는데...

지난 이매진컵 2007에서 한국 대표팀인 엔샵605가 준우승을 거머쥐면서 1만5천달러 상금과 더불어 MS와 브리티시텔레콤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응, 한국에서 했다더니 한국팀에 점수를 더 준 모양이네!' 정도의 이야기를 듣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엔샵605 팀의 작품인 '핑거코드'는 우승팀의 작품 이상의 솔루션이었습니다. 이 솔루션은 시청각 장애인들도 책을 읽고, 말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너무나도 당연히 하고 있는 인터넷 메신저나 웹서핑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입니다. 분명히, 우승을 하더라도 누구하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만한 솔루션이었는데 왜 준우승에 그치게 된 것일까요? 이제부터 그 원인으로 추정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장면-1 : 프레젠테이션]
최종 결선에 오른 팀들이 다른 팀들과 심사위원들 앞에서 자신들의 솔루션을 설명하는 자리. 한국MS는 이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조언과 훈련을 시켜주었습니다. 국제 행사인 만큼 모든 진행에 영어를 사용하는 탓입니다. 또한 학생들의 경진대회인 만큼 자신과 자신들의 솔루션을 잘 표현하는 것또한 평가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준비를 탄탄히 해 둔 덕분에 프레젠테이션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모두가 핑거코드의 기능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장애인을 위한 철학에도 놀랐다고 합니다.

장갑에 버튼을 연결하여 키보드 없이 원하는 점자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컴퓨터의 글은 손가락에 연결된 진동모터를 통해 읽어주는 핑거코드. 이걸 사용하면 중도장애인(정상인으로 생활하다가 장애를 얻어 점자를 잘 읽을 수 없는 장애인들)도 쉽게 점자를 읽고 컴퓨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거란 걸 누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나라의 대표팀으로 출전한 팀원 중 한 명은 엔샵605의 프레젠테이션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릴 뻔 했다고 합니다.

[장면-2 : Q&A]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까지만 해도 엔샵605가 우승을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Q&A 시간에 급반전됩니다.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탓입니다. 통역을 도와주는 사람까지 올라와 도움을 주어야 하는 상황까지 간 데다가, 통역을 하고 질문을 다시 확인하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가고 몇 안되는 질문에만 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청중들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Q&A 시간이 되자 멤버 중 한 사람은 전혀 입도 뻥긋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다른 나라 참가자들 사이에서 그 말하지 않는 멤버가 벙어리라고 믿어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Q&A에서 상당한 감점이 되었을테고, 우승마저 넘보던 상황은 이제 입상을 하느냐 못하느냐를 걱정하는 상황으로 돌변하고 말았습니다.

기자는 요즘 말로만 듣던 글로벌 사회를 너무나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발자들은 공부할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거기에 영어까지 공부해야 한다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영어를 지구어로 사용하고 있으니 OTL... 그래서 저도 요즘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 한 세미나에 들렀는데, 참석자 중 한 사람이 발표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한국에 발표되지도 않은 지식들을 먼저 알고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리나요?" 호랭이는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은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통해 영어 자료를 먼저 보는구나! 그래서 한발 앞선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구나~!'

누구 영어 공부 잘하는 비법을 아시는 분 있으면 좀 알려 주세요. ㅠ_ㅠ bliss님? 쿨럭!!                                                                                                         -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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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영| Sep 11, 2007

    저도 영어 공부가 절실해요. bliss님~~ -.-;; (오랜만에 보는 서태웅의 뚱한 표정이 너무 귀엽군요!)

  • 프리버즈| Sep 11, 2007

    "영어공부도 되고, 전공공부도 되고, 이름도 알리고, 보람도 있는" 번역 하시면 되요~~~~~~~~~~~~ 라는 bliss님의 댓글 예상 (-_-

  • 호랭이| Sep 11, 2007

    호~ 역시 프리버즈님 놀랍군요. 그런 방법이 있었다니... 근데 역시 그 방법으로는 말은 못하는 거죠! 쿨럭!!

  • 에이콘| Sep 12, 2007

    프리버즈님, 저렇게나 잘 알고 계시면서 "안"하는 이유는 뭐라지요? 어서어서 합류하시어요~
    호랭이님, 부산에서 바닷내음 흠뻑 마시고 올라 오셔서 더 재미있는 블로그 글 또 써주세요! 팀 블로그 잘 꾸려보도록 좀 "많이" 도와주십쇼.. ^^/